
[넷플릭스] 은중과 상연 — 너무 다른 두 사람, 그러나 결국 닮아버린 마음
드디어 입소문의 입소문을 타 유명해진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을 다 보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깊게 남은 드라마였다. 처음엔 그냥 두 소꿉친구의 시기와 질투를 다루는 작품인줄 알았는데, 보다 보니까 이건 ‘서로 다른 상처가 만나서 서로를 비춰주는 이야기’ 같았다. 그리고 나는 특히 상연이한테서 내 모습이 너무 많이 보였다.
상연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, 마음속은 늘 무너질 듯한 균형 위에 서 있는 인물이다. 늘 사람들에게 맞춰주고, 상처받지 않으려 조심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계속 아프다. 그런 상연의 미묘한 표정, 말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현실적이어서 보는 내내 마음이 조여왔다.
아마도 대한민국의 모든 장녀들은 은중이보다 상연이에게 조금 더 공감이 가지 않았을까 싶다.
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.
상연이 조용히 “괜찮아요”라고 말하는데, 그 말에 진심이 하나도 없다는 게 너무 느껴졌던 순간. 그 말 한마디에 얼마나 많은 감정이 숨어있는지, 그게 너무 잘 보여서 울컥했다. ‘나도 저렇게 웃으면서 괜찮다고 했던 적 많았는데’ 싶어서. 모든 책임을 자기가 다 맡아야 하고, 본인의 상처를 타인에게 들추고 싶어하지 않는 그 마음. 완전히 나랑 똑같은 모습이었다.
반대로 은중은 상연과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살아온 사람이다. 거칠고, 직설적이고,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. 처음엔 둘이 어울릴 수 있을까 싶었는데, 영화가 진행될수록 이 둘의 관계가 묘하게 따뜻하게 변해간다. 서로의 결핍을 조금씩 채워주는 그 미묘한 거리감이 너무 좋았다.
이 작품이 참 좋았던 건,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‘사람 사이의 공기’를 보여준다는 점이었다. 어떤 감정은 말로 설명되지 않고, 그냥 표정 하나로 전달된다. 은중이 상연을 바라보는 그 조용한 눈빛, 말없이 옆에 앉아주는 장면들이 오히려 백 마디 대사보다 강하게 와닿았다.
드라마를 다 보고 난 뒤에도 한참 동안 여운이 남았다.
요즘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렵다고 느꼈던 내게, 이 영화는 조용히 ‘괜찮다’고 말해주는 느낌이었다. 완벽하지 않아도, 서툴러도, 그 나름의 방식으로 서로에게 다가가는 게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.
특히 상연이 마지막에 보여주는 작은 변화 — 아주 미세하지만 확실한 ‘용기’ — 그게 이 작품의 핵심 같았다. 완전히 달라진 건 아니지만, 그래도 한 발 내딛는 모습.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진짜로 위로받았다.
결국 은중과 상연은 관계의 이야기이자, 자기 자신을 마주보는 이야기다.
누구나 은중 같을 때가 있고, 또 상연 같을 때가 있다.
그래서 더 공감되고, 그래서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.
📌 정리하자면:
잔잔하지만 묵직하다. 화려한 전개는 없지만, 감정의 결은 너무나 섬세하다.
그리고 상연이의 ‘괜찮아요’가 아직도 귀에 맴돈다. 그게 진짜 괜찮다는 말이 될 때까지, 나도 조금씩 괜찮아지고 싶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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